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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어원] 와중과 도중

by dbadoy 2023. 5. 3.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와중'과 '도중'이 비슷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이메일을 주고 받는데 문득 해당 문장이 올바른지 궁금증이 생겨 구글에 검색해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와중과 도중은 완전히 다른 말이었다. 이에 대해 알아보자.

'와중'은 소용돌이 와(渦)와 가운데 중(中)으로 이뤄진 한자어로 큰 일이 일어났을 때에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 예를 든다면 '지진이 발생한 와중에도 나는 내 맥북을 챙겼다', '화재가 발생해 대피하던 와중에 지갑을 잃어버렸다'와 같이 아주 시끄럽거나 복잡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시끄럽다거나 복잡하다는 말은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와중'이란 말을 써도 잘못된 문장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예를 들어 가장 위에 적어놓았던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더라도 바쁜게 내 기준에서 아주 큰 일이라면 잘못된 문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던 와중에 네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라는 문장에서는 '와중'이 잘못 사용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보통 커피를 마시는 것은 바쁘거나 급박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커피를 마시던 중에' 나 '커피를 마시다' 정도가 자연스럽겠다. 물론 이 경우도... 커피를 정말 싫어하는데 억지로 먹고 있다면 '와중'도 올바른 사용이 아닐까? 
다른 사람이 '와중'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 그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고민은 안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도중'은  길 도()와 가운데 중()으로 이뤄진 한자어로 '일이 계속되고 있는 과정이나 일의 중간'이라는 뜻이다. '강의 도중에', '근무 도중에', '여행하는 도중에' 와 같이 쓰인다.
재밌는 점은 '중도'라는 말은 단순히 순서를 바꾼 것 뿐이지만 사용 방법이 조금 바뀐다. '중도'는 '일이 진행되어 가는 동안'이라는 뜻이며 '중도 탈락', '중도 사퇴'와 같이 '중도'를 앞에 붙여 사용한다.

참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315742#home

http://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learnkorean&id=&board_seq=230831&page=90 

http://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learnkorean&id=&board_seq=230396&page=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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